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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인

Elephant in the room

여기 작은방 안에 코끼리 한 마리가 있다.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뒷걸음치지도, 문을 닫지도 못하고 모든 것이 멈췄다. 이와 같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나워질 코끼리를 감당하지 못해 쉽게 꺼내지 못하는 문제를 ‘방 안의 코끼리’라고 말한다.

이 작업은 기억의 방에 갇힌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하루도 빠짐없이 머무는 화장실에서 마주해야 하는 자신의 몸, 신체에 남은 기억의 흔적에 대한 이야기다. 스스로의 신체에 대한 미움과 죄책감은 매일 화장실에서 마주하는 한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성난 코끼리가 머무는 화장실의 문을 연 이야기다.

우리는 커다란 코끼리가 두려워 문을 잠그고 방 안에 가두어 두려 한다. 성적인 트라우마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커다란 코끼리를 작은방에 가둔 선택이 코끼리를 점차 더 사나워지게 한다. 기억의 방문을 열 때만 나타나던 코끼리가 학교, 지하철, 직장,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 코끼리를 잠재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둬둔 방 안의 코끼리를 풀어주는 것이다. 방문을 여는 것이다. 단절된 기억의 방이 아닌 전체의 세상에 녹여내는 것이 과거의 기억에서만 머물던 자신을 현재에 살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이 작업의 도착지는 상처의 기록과 공유를 통해 더 이상 혼자만의 도망이 아닌 다수의 나아감을 이루고자 한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는 저주와 같다. 코끼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더 넓은 기억의 세상에서 조금 더 온순하고 작아질 뿐이다. 온순해진 코끼리가 나에게서 멀어질 때 두려움 없이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의 나를 위해,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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